오후두시랩 설수경 대표, 탄소 데이터를 소비자의 선택 기준으로 바꾸다
AI 기반 탄소 데이터 솔루션 기업 오후두시랩은 ‘그린플로’를 통해 기업의 탄소배출량 산정과 데이터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구매·지출 데이터를 활용한 공급망 탄소관리와 AI 기반 자동화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다양한 산업에서 100건 이상의 전과정평가 프로젝트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여러 상품을 주문할 때 소비자는 준비된 상품부터 나눠 받을지, 조금 기다렸다가 한 번에 받을지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 배송 속도와 편리함을 기준으로 결정하지만, 배송 횟수와 포장 방식에 따라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배출량도 달라진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배송 방식별 탄소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다면 선택에도 변화가 생길까.
묶음배송이 언제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 배송 경로와 차량 적재율, 물류 거점의 위치 등 여러 조건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 환경에 유리한지 판단하려면 구체적인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 역시 어디에서 얼마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지 파악해야 감축이 필요한 지점을 찾고, 개선 활동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AI 기반 탄소 데이터 솔루션 기업 오후두시랩(공동대표 설수경·오광명)은 이러한 정보의 공백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서 출발해 데이터 수집과 관리, 제품의 환경영향 분석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했으며 최근에는 녹색제품 유통과 지역사회의 탄소중립 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기업에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근거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제품의 환경적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설수경 대표는 “기업의 재무 상태를 관리하려면 매출과 비용을 기록해야 하는 것처럼,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어디에서 얼마나 배출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기록의 목적은 숫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를 바꾸는 데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설 대표가 탄소관리의 필요성을 체감한 계기 중 하나는 네팔에서 발생한 홍수였다.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도 기후재난으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재난에 대응할 기반이 부족할수록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기후위기를 인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개인이나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과 함께 지속적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배경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더 이상 개인의 선의나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 사이의 거리를 줄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꾸준히 기록하고 관리하는 기술 개발로 이어졌다. 기업 현장에서 탄소관리는 ESG 보고서 작성뿐 아니라 거래처의 환경정보 요구에 대응하고 공급망을 관리하는 업무로 확대되고 있으며, 제품별 환경정보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발생 원천에 따라 세 가지 범위로 구분한다. 연료 사용이나 산업공정에서 발생하는 직접배출은 Scope 1, 외부에서 구매한 전기와 열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간접배출은 Scope 2에 해당하며, 원재료 구매부터 운송과 제품의 사용·폐기에 이르는 가치사슬 전반의 기타 간접배출은 Scope 3으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Scope 3은 기업 내부뿐 아니라 협력사와 유통·소비 단계의 정보까지 확보해야 하므로 관리가 까다롭다. 전기·가스 사용량과 구매·회계 자료가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고 사업장마다 기록 방식도 달라, 전담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과정부터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설 대표는 처음부터 모든 정보를 확보하려 하기보다 기업이 이미 보유한 자료를 활용해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전기와 연료 사용량처럼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부터 관리하고, 이후 구매·회계 자료와 공급망 데이터로 범위를 확대하는 접근이다.
“처음부터 모든 데이터를 갖추는 것보다 매년 개선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오후두시랩은 이러한 접근을 바탕으로 경기도 기후플랫폼의 탄소경영서비스 구축에도 참여했다. 지역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가 배출량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공공기관이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관리 도구를 제공한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탄소계산기에서 AI 데이터 플랫폼으로…기업의 수작업을 줄이다
오후두시랩의 탄소관리 플랫폼 ‘그린플로(Greenflow)’는 기업과 기관이 보유한 자료를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관리하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초기에는 배출량을 간편하게 계산하는 기능에 집중했으나, 고객사와 협업하면서 실제 어려움은 계산보다 그 이전 단계인 자료 수집과 정리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담당자가 회계팀과 구매팀, 시설관리팀에 각각 자료를 요청한 뒤 서로 다른 형식의 파일에서 필요한 항목을 찾아 입력해야 했고, 사업장이나 협력사별로 관리 방식이 달라 데이터를 통합하는 데도 시간이 소요됐다. 이에 따라 기술 개발의 중심을 배출량 계산에서 데이터 수집과 정형화, 반복 업무의 자동화로 옮겼다.
기업용 서비스인 ‘그린플로 비즈니스(Greenflow Business)’는 비용 기반 환경확장 산업연관분석(EEIO) 모델을 활용해 구매·지출 자료로 공급망의 기타 간접배출량을 추정한다. 모든 협력사의 실제 활동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요 배출원을 파악하고 관리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다만 지출액을 바탕으로 계산한 추정값은 실제 에너지 사용량이나 측정자료에 근거한 산정값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린플로 비즈니스는 서비스 이용 범위에 따라 비용 외에도 사용량과 측정량을 활용한 산정을 지원하며, 기업은 구매·지출 자료로 주요 배출원을 파악한 뒤 구체적인 활동자료를 추가해 결과를 정교화할 수 있다. 사업장별 배출량 관리와 주요 배출원 분석, 보고서 작성 기능도 제공한다.
현재 개발 중인 ‘그린플로 비즈니스 2.0(Greenflow Business 2.0)’은 이러한 자료 수집과 처리 과정을 자동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AI가 영수증과 구매 명세서, 회계자료처럼 형식이 다른 문서에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고 탄소배출량 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방식으로, 담당자가 자료를 일일이 확인하고 입력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설 대표는 “우리가 줄이려는 것은 담당자의 판단이 아니라, 판단하기 전에 반복해야 하는 수작업입니다”라며 AI 도입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공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실제 기업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기능도 구체화하고 있다. 오후두시랩은 2026년 3월 한국환경공단, 에코시안, 한국경영인증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업의 구매·지출 자료와 임직원·협력사의 활동자료를 효율적으로 수집·처리하는 방안을 마련해 왔다.
엑셀로 등록한 비용 자료에 배출계수와 배출 항목을 자동으로 연결하고, 설문을 통해 임직원의 출퇴근 정보와 협력업체의 가공 단계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능 등이 개발 대상이다. 주소를 활용한 이동거리 산정과 사업장 폐기물의 배출·처리 정보를 전자적으로 관리하는 ‘올바로시스템’ 연계도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환경공단과 추진하는 개념검증(PoC)을 통해 현장 활용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AI 기술 개발은 별도의 정부 지원 사업과도 연결돼 있다. 에코시안, KAIST와 함께 ‘AI 응용제품 신속상용화(AX)’ 사업에 참여해 여러 AI 에이전트가 자료 정리와 배출 현황 분석을 분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데이터 전처리와 기업 분석·평가 기능을 2026년 안에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후 탄소감축과 공급망 관리, 기후 시나리오 예측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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