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창업기업 규제 10개 과제 개선…R&D·벤처스튜디오·재창업 문턱 낮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창업기업의 업력과 재무건전성, 투자지분, 금융거래, 재창업 관련 규제 10개 과제에 대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병역·출산에 따른 창업지원 기간 연장과 업력 3년 미만 기업의 R&D 신청 제한 완화, AC 지분 50% 이상 벤처스튜디오 기업의 창업기업 인정…

창업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과 정부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은 반드시 일치할까. 기술개발에 집중하느라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기업은 재무건전성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고, 액셀러레이터(AC)와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한 창업팀은 투자자의 지분율에 따라 창업기업 인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 병역이나 출산으로 사업 운영에 공백이 생기거나 실패 이후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경우에도 기존 창업지원 기준이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정부가 창업기업의 업력과 재무상태, 지분구조, 재창업 이력 등에 적용해 온 규제를 개선하기로 한 배경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0월 23일 규제합리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창업기업 규제합리화 방안’을 상정해 논의했다. 창업지원 기준 개선과 금융·투자환경 정비, 재도전 활성화 등 3개 분야의 10개 과제를 담았다. 국무조정실과 금융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마련한 개선안으로, 향후 법령과 운영기준 개정을 통해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창업생태계의 종합 순위는 글로벌 20위권에 있지만 규제와 행정절차 등을 포함한 기업환경 수준은 32위에 그쳤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스타트업 업계는 자금 확보와 투자 활성화에 이어 각종 규제 완화를 시급한 정부 개선 과제로 꼽았다. 창업기업은 사업모델과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반면 관련 제도는 기존 기업의 재무구조와 사업 운영방식을 기준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개선안은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해 창업 초기부터 성장, 투자 회수, 재도전에 이르는 과정의 규제를 폭넓게 다뤘다. 다만 발표된 과제마다 적용 법령과 소관 부처가 달라 실제 시행 시점과 세부 기준은 후속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창업지원 기간의 산정 방식이다. 현행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은 창업기업을 원칙적으로 업력 7년 미만으로 규정한다. 병역이나 출산 등 불가피한 사유로 사업 운영을 중단하더라도 업력 산정에서 예외를 인정하지 않아 지원 가능 기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경영 공백에 대해 최대 5년 범위에서 창업지원사업 참여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특례를 신설한다.
초기 창업기업의 연구개발(R&D) 신청 기준도 완화한다. 그동안 정부 R&D 사업은 채무불이행과 부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부채비율이나 완전 자본잠식 여부 등을 신청 제한 요건으로 활용했다. 부처별로 세부 기준에 차이가 있지만 부채비율 1000% 이상 등 재무건전성 지표가 기업의 신청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사례가 있었다.
문제는 기술개발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초기기업에도 이러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연구개발 인력과 장비 확보에 자금을 투입하는 동안 매출이 발생하지 않거나 자본잠식 상태에 놓일 수 있지만, 재무지표만으로 신청을 제한하면 기술성과 사업성을 평가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정부는 업력 3년 미만 창업기업에 대해 재무건전성 요건을 사전 신청 제한 대신 선정평가 단계의 심사기준으로 반영하도록 개선한다. 재무상태에 대한 검토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업 신청 기회를 우선 부여하고 기술성과 성장 가능성을 함께 판단하는 방식이다.

AC 지분 50% 넘어도 창업기업 인정…벤처스튜디오 제도화의 과제
이번 개선안에서 초기투자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벤처스튜디오 모델의 창업기업 인정 기준이다. 벤처스튜디오는 AC가 사업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창업팀을 구성하며 자본과 전문인력을 투입해 기업 설립에 직접 참여하는 공동창업 방식이다. 창업 이후 유망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일반적인 AC 모델과 달리 기업 설립 이전부터 사업기획과 기술개발, 초기 영업 등에 관여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AC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기준에서는 AC 지분율이 50% 이상인 기업이 창업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정부는 AC의 투자지분이 50% 이상이더라도 벤처스튜디오 방식으로 설립한 기업을 창업기업 범위에 포함해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에 따른 지원을 허용하도록 개선한다.
다만 기존 제도에 자격 제한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벤처스튜디오 제도 아래 실제 지원사업 탈락 사례가 발생했다는 주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은 벤처스튜디오 관련 시행령 개정이 진행 중이며, 새로운 제도 안에서 창업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정부 지원사업에서 제외된 사례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선은 발생한 탈락 사례를 사후 구제하기보다 제도 운영에 앞서 창업기업 인정 기준과의 충돌을 예방하는 조치라는 해석이다.
이어 전화성 회장은 벤처스튜디오가 단순한 자금 투자를 넘어 AC가 공동창업자로 참여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AC가 사업기획과 창업팀 구성, 기술개발, 초기 영업에 관여하면 투입한 자본과 역할에 따라 높은 지분율을 확보하는 구조도 나타난다. 이때 창업기업 인정 여부가 지분율에 좌우된다면 창업팀과 AC는 사업에 필요한 역할 분담뿐 아니라 정부 지원 자격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제도 개선 이후에는 AC가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역할에 더해 직접 팀을 구성하고 사업을 만드는 방식으로 활동 범위를 넓힐 여지가 생긴다. 창업팀 역시 제품개발과 재무·인사, 초기 판로 확보 등 부족한 역량을 공동창업 파트너와 보완할 수 있다. 민간의 자본과 전문인력이 기업 설립 초기부터 투입되고 정부 창업지원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업 방식의 선택지가 확대되는 셈이다.
그러나 창업기업 인정 기준이 완화되더라도 모든 정부 지원사업에 자동으로 참여하거나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적용 시점과 기존 설립기업에 대한 적용 여부, 사업별 추가 자격 요건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AC의 의무투자비율 산정 등 기존 투자 규정과의 정합성도 후속 검토 대상이다.
높은 지분율에 따른 투자 구조의 문제도 남는다. AC가 기업 설립 초기 상당한 자본과 전문인력을 제공하더라도 창업팀의 지분과 성과보상, 경영 자율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후속 투자 과정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전화성 회장 역시 창업기업 인정 여부와 별개로 창업팀의 동기부여와 후속투자 유치에 미칠 영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벤처스튜디오 관련 규제 개선은 창업기업 인정 범위를 넓히는 데서 출발한다. 제도의 실효성은 신규 기업 설립과 정부 지원사업 접근성, 후속 투자 유치에서 나타나는 실질적인 변화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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