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밀리언, 제조 데이터를 AI의 판단과 로봇의 행동으로…자율 제조에 도전
새로운 주문이 들어온 공장에서 생산관리자는 납기와 자재 재고, 설비 가동상태를 확인해 생산계획을 세운다. 생산 도중 설비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주문 일정이 바뀌면 작업 순서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 생산과 품질, 설비 운영에 관한 데이터는 이미 여러 시스템에 쌓여 있지만,…


새로운 주문이 들어온 공장에서 생산관리자는 납기와 자재 재고, 설비 가동상태를 확인해 생산계획을 세운다. 생산 도중 설비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주문 일정이 바뀌면 작업 순서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 생산과 품질, 설비 운영에 관한 데이터는 이미 여러 시스템에 쌓여 있지만, 흩어진 정보를 종합해 필요한 조치를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현장 관리자와 숙련자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으로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는 크게 늘었지만, 이를 실제 생산 의사결정에 활용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설비마다 데이터의 형식과 관리 기준이 다르고 숙련자가 오랜 경험으로 익힌 판단 기준을 시스템에 옮기는 일도 쉽지 않다. 다품종 소량생산과 유연생산이 중요해지면서 생산품목과 작업조건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스마트제조 분야에서 다양한 제조기업과 생산현장을 경험한 한요한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성균관대학교에서 함께 연구해 온 동료들과 디밀리언(DMILLION)을 설립했다. 제조 현장의 데이터와 숙련자의 경험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지식으로 만들고, 그 판단을 실제 생산설비와 로봇의 작업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현재 디밀리언은 제조 AX 솔루션 ‘D’ASTRA(디아스트라)’와 AI Worker ‘FLEXIBOT(플렉시봇)’을 중심으로 자율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장에 쌓인 데이터와 숙련자의 경험에서 찾은 창업의 출발점
한 대표가 제조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는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었다. 생산현장에는 사람·설비·재료·방법·환경을 뜻하는 4M+1E와 관련된 방대한 정보가 축적되지만 서로 다른 시스템에 흩어져 있어 종합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숙련자가 오랜 경험을 통해 익힌 작업 노하우와 판단 기준도 개인의 암묵지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제가 제조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문제는 방대한 데이터와 숙련자의 경험이 존재하지만, 이를 실제 생산 경쟁력으로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한 대표는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정보가 어떤 설비와 공정에서 만들어졌는지, 생산품목과 작업조건에 따라 어떤 의미를 갖는지 AI가 이해할 수 있어야 했다. 숙련자의 판단 기준까지 연결한다면 AI가 생산현장의 문제를 분석하고 필요한 대응을 제안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Data Millions’에서 출발한 디밀리언이라는 이름에도 수많은 제조 데이터를 연결해 산업적 가치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담겼다. 제조공정에 대한 이해와 AI 연구 역량을 결합하기 위해 연구개발 중심의 조직을 꾸렸으며, 전체 인력의 약 70%를 석·박사급 전문인력으로 구성했다.
창업 이후에는 연구개발 성과를 실제 제조현장에 적용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제조기업은 새로운 AI나 로봇을 도입할 때 기술의 성능뿐 아니라 기존 설비와의 연동, 운영 안정성, 투자 대비 효과를 함께 검토한다. 생산 중단이나 품질 문제가 직접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디밀리언은 고객의 생산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개선이 필요한 공정과 기대효과를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기술을 설명하는 데 앞서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의하고, 실증을 통해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한 대표는 개별 고객의 요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은 기술과 경험을 여러 제조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전략도 선택했다. 고객별 프로젝트에 대응하면서 자체 기술을 표준화·모듈화해 제품의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것이다. 현장 중심의 사업화와 장기적인 기술개발을 함께 추진하는 디밀리언의 사업 방향이기도 하다.
제조 데이터를 이해하는 AI, 판단을 행동으로 옮기는 로봇
디밀리언이 개발하는 제조 AX 솔루션 D’ASTRA의 핵심은 서로 다른 시스템에 흩어진 데이터를 AI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제조 현장에서 수집한 온도나 압력 데이터도 어떤 설비에서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생산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개별 수치뿐 아니라 설비와 공정, 품질 사이의 관계까지 함께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디밀리언은 AAS(Asset Administration Shell)를 활용해 설비와 시스템의 정보를 표준화하고, 온톨로지(Ontology) 기술로 제조 데이터 간 관계를 구조화하고 있다. 숙련자의 작업 이력과 판단 기준도 데이터로 축적해 AI가 제조 현장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활용하도록 개발 중이다.
D’ASTRA는 생산계획과 품질관리, 설비 운영 등을 담당하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구조다. 새로운 주문이 들어오면 납기와 재고, 설비 가동상태를 분석해 생산계획과 작업 순서를 제안하고, 생산 중 문제가 발생하면 변경된 조건을 반영해 대응방안을 검토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AI의 판단을 실제 제조현장에 적용하려면 안전성과 신뢰성도 확보해야 한다. 작은 오류가 생산 중단이나 품질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디밀리언은 작업자가 AI의 판단 근거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Human-in-the-Loop’ 구조를 적용하고, 충분한 검증을 거친 업무부터 단계적으로 자율화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 AI의 경쟁력은 단순히 AI 모델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제조 현장에 대한 이해와 데이터의 품질, 그리고 AI의 판단을 실제 운영에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했다면 그 일을 실제로 수행할 장비도 필요하다. 디밀리언은 생산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D’ASTRA와 함께 제조현장의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는 FLEXIBOT을 개발하고 있다.
FLEXIBOT은 자율이동로봇(AMR)에 로봇 매니퓰레이터를 결합하고 비전 AI와 지능형 제어 기술을 적용한 세미휴머노이드 형태의 AI Worker다. 고정된 위치에서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작업환경을 인식하고 필요한 장소로 이동해 부품을 집거나 옮기고 검사하는 등 다양한 작업에 대응하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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