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이디온 고영욱 대표, 백색 LED 한 칩에서 찾은 특수조명의 해법
딸기 농가에서 사용하는 조명과 반도체 공장에 설치하는 조명은 겉모습이 비슷해도 필요한 빛의 성질은 다르다. 식물은 광합성과 생장에 적합한 파장의 빛을 받아야 하고, 반도체 제조공정에서는 감광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특정 파장을 제한해야 한다. 일반적인 백색 LED로 이…


딸기 농가에서 사용하는 조명과 반도체 공장에 설치하는 조명은 겉모습이 비슷해도 필요한 빛의 성질은 다르다. 식물은 광합성과 생장에 적합한 파장의 빛을 받아야 하고, 반도체 제조공정에서는 감광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특정 파장을 제한해야 한다. 일반적인 백색 LED로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그동안 특수조명에는 적색과 청색, 근적외선 등 필요한 파장을 내는 전용 LED 칩을 여러 개 조합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문제는 가격과 생산방식이었다. 고가의 전용 칩을 여러 개 사용하면 제조원가가 높아지고, 칩마다 나오는 빛의 특성이 달라 균일한 광원을 만드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조명에 특별한 기능을 더할수록 제품 가격도 올라가는 구조였다.
엘이디온 고영욱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LED 칩을 개발하는 대신, 이미 대량생산되고 있는 백색 LED의 빛을 바꾸는 방법을 택했다. 칩 표면에 나노 광변환 소재를 입혀 필요한 파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존 조명에 사용하던 범용 LED를 활용하면서도 식물 생장이나 반도체 제조공정에 적합한 빛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러한 구상은 고 대표가 오랫동안 연구해 온 디스플레이와 광학 소재 기술에서 출발했다. LCD 공정개발부터 OLED와 퀀텀닷 나노소재 연구까지 25년 넘게 빛을 다뤄온 그는 2021년 엘이디온을 설립하고 원칩 광변환 기술의 상용화에 나섰다. 현재는 식물 생장 조명과 반도체 클린룸 조명에서 성과를 쌓으며 근적외선 생활조명과 해외 LED 패키지 시장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25년 광학 연구에서 출발한 창업, 백색 LED의 새로운 가능성
고영욱 대표가 빛을 다루는 기술과 인연을 맺은 것은 디스플레이 연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미국 스티븐스 공과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현대전자 LCD 사업본부에서 공정개발 팀장을 맡았고, 이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OLED 디스플레이 개발을 이끌었다. 철원플라즈마연구원에서는 광 디스플레이 융합 분야 사업본부장을 지내며 나노소재와 LED 광원으로 연구 범위를 넓혔다.
그가 거쳐온 연구 분야는 서로 달랐지만 현재 엘이디온의 기술과 맞닿아 있었다. LCD 공정개발에서는 동일한 품질을 반복해서 구현하는 제조기술이 중요했고, OLED와 퀀텀닷 연구에서는 빛의 색과 파장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술이 핵심이었다. 고 대표는 이러한 연구를 수행하며 소재의 특성과 광학적 성능, 생산공정을 함께 다뤄왔다. 2007년 장영실상과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에 이어 2018년에는 조명용 퀀텀닷 나노소재 기술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특히 퀀텀닷 연구는 이후 광변환 기술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됐다. 퀀텀닷은 입자의 크기와 조성에 따라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특성이 달라지는 나노소재다. 디스플레이에서는 선명한 색을 표현하는 데 활용하지만, 조명에 적용하면 원하는 파장의 빛을 만들어 내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
고 대표는 LED가 기존 조명을 빠르게 대체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한계를 발견했다. LED는 소비전력이 적고 수명이 길지만, 일반적인 백색 LED는 주로 가시광선 영역을 중심으로 설계돼 태양광에 포함된 다양한 파장을 충분히 구현하기 어려웠다. 특히 식물 생장이나 근적외선 응용 분야에서는 필요한 빛을 얻기 위해 별도의 전용 칩을 추가해야 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기술의 한계뿐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었다.
“디스플레이와 퀀텀닷, LED 광원 연구를 25년 넘게 총괄하면서, 근적외선이나 식물생장용, 클린룸용 같은 특수 기능성 조명 시장이 고가의 수입 전용 칩에 의존해 대중화가 어렵다는 걸 현장에서 체감했습니다.”
필요한 파장이 늘어날 때마다 전용 칩을 추가하는 대신, 하나의 LED에서 나오는 빛을 원하는 파장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고 대표는 기존 백색 LED에 광변환 소재를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했고, 일반적인 조명용 LED에서 근적외선 성분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제품으로 만들어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2021년 11월 엘이디온을 설립했다.
“여러 칩을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으로는 원가를 낮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가의 범용 백색 LED 표면에 나노 광변환 소재를 초정밀 코팅하는 원칩 방식을 구상했습니다.”
엘이디온의 기술은 LED 패키지의 돔 표면에 나노 형광체와 광변환 레진을 정밀하게 도포하는 방식이다. 광변환 소재는 LED에서 나온 빛의 일부를 흡수해 다른 파장으로 방출한다. 소재의 조성과 배합 비율을 조절하면 근적외선(700~1000nm) 성분을 추가하거나 청색광을 줄일 수 있고, 연색지수(CRI) 95 이상의 고연색 조명도 구현할 수 있다.
기존에는 필요한 파장마다 전용 칩을 조합해야 했다면, 엘이디온은 범용 백색 LED에 용도별 광변환 소재를 적용한다. 고 대표는 이 방식으로 수입 전용 칩을 조합한 특수조명보다 제조원가를 3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축적한 광학 소재 연구를 조명제품의 가격 경쟁력으로 연결한 것이다.
소재의 안정성부터 정밀 코팅까지,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과제
고 대표가 원칩 광변환 기술을 사업화하면서 해결해야 했던 문제는 연구실에서 원하는 파장의 빛을 만들어 내는 것만이 아니었다. 실제 조명은 오랫동안 켜 두어도 성능이 유지돼야 하고, 수많은 제품을 생산할 때에도 빛의 특성이 일정해야 한다.
우선 광변환 소재가 열과 습도에 취약했다. 퀀텀닷과 나노 형광체는 고온·고습 환경에서 표면이 산화되거나 발광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LED가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열도 소재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실에서 좋은 광학적 특성을 얻더라도 실제 사용 환경에서 그 성능을 유지하지 못하면 제품으로 판매하기 어렵다.
엘이디온은 나노소재의 표면을 보호하는 패시베이션과 실리카(SiO₂) 코팅을 적용하고, 용액과 분말, 잉크 단계에서 소재를 안정화하는 유무기 복합 하이브리드 기술을 개발했다. LED 패키지 안에서 반사돼 빠져나오지 못하는 빛을 줄이기 위해 레진과 나노소재의 굴절률, 돔 형태의 광학 구조도 조정했다. 이러한 기술을 식물 생장 조명에 적용해 광합성 광양자 효율(PPE)을 10~25% 이상 개선하는 결과를 얻었다.
소재의 안정성과 광효율을 높인 뒤에는 코팅의 정밀도가 중요해졌다. LED마다 광변환 소재가 도포되는 양이 조금씩 달라지면 밝기와 파장 분포에도 차이가 생긴다. 고 대표와 박태희 연구소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광변환 소재의 토출량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디스펜싱 코팅 공정을 개발해 제품 간 광 편차를 1% 이하로 낮췄다.
개별 제품의 품질을 확보한 뒤에도 고민은 남았다. 초기 생산방식은 PCB 기판에 LED 패키지를 올린 다음 광변환 소재를 하나씩 도포하는 구조였다. 소량 생산에는 대응할 수 있었지만 주문이 늘어날수록 작업 공간과 생산시간이 함께 증가했다. 고 대표가 오랫동안 경험해 온 공정개발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된 순간이었다.
“초기에는 PCB 기판 위에 LED 패키지를 올린 뒤 하나씩 디스펜싱 코팅을 했습니다. 공정 동선이 길고 작업 공간과 시간이 많이 들어 대량 수주에 대응하기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PCB에 올리기 전 LED 패키지 단계에서 광변환 소재를 직접 도포하고, 이를 자동화 릴(Reel) 패키지로 표준화해 표면실장(SMT) 공정에 바로 투입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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