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미래를 공장이 아닌 농장에서 찾았다”…메타파머스 이규화 대표가 키우는 AI 농부
서울대 기계공학부에서 제조 공장 자동화를 연구하던 이규화 대표는 로봇의 활용 가능성을 농업에서 발견하고 2022년 메타파머스를 창업했다. 메타파머스는 수확과 수분 등 다양한 농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로봇 ‘옴니파머’를 개발하며 농촌의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에 나…

로봇 자동화를 연구하던 공학도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무대는 보통 ‘공장’이다. 그런데 메타파머스(MetaFarmers)의 이규화 대표는 정반대 방향을 택했다. 서울대 기계공학부 연구실에서 제조 공장용 자동화 솔루션을 연구하던 그가 창업의 무대로 고른 곳은 논밭과 온실이었다. 역발상처럼 보이지만, 그 선택에는 냉정한 공학적 판단이 깔려 있다.
이 대표가 몸담았던 연구실은 제조 공장에 자동화 솔루션을 컨설팅하고 직접 제품을 만들던 곳으로, 한 가지 한계를 목격했다. 제조 공장은 저마다 공정이 고도로 특화돼 있어 하나의 솔루션을 여러 공장에 두루 적용하기가 지극히 어렵다는 점이었다. 범용 로봇을 개발하기에는 공장마다 다른 작업 환경과 공정이 걸림돌이었다. 개별 공정에 맞춘 자동화 기술을 다른 생산 현장에 적용하려면 작업 조건과 시스템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반면 농업은 달랐다. 수확, 수분, 예찰처럼 핵심 작업이 비교적 몇 가지 태스크로 명확히 구분돼 있어 하나의 로봇 솔루션을 다양한 농장에 적용할 가능성이 컸다. 작물과 재배 환경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여러 농장에서 반복되는 작업을 중심으로 로봇의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농업에 관심이 있기도 했지만, 그보다 로봇이 가장 빠르게 도입될 수 있는 환경이 어디일까를 따져본 결과 그 답이 농업이었습니다.”
그렇게 2022년, 서울대 IDIM Lab의 로보틱스 전문가들이 모여 메타파머스가 출발했다.

11개월 쉬지 않는 노동, 로봇이 가장 절실한 현장
농업을 택한 데는 ‘시장의 절박함’이라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상당수 시설재배 작물은 1년 중 10~11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수확해야 해 상시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농촌의 일손은 빠르게 고갈되고 그나마 남은 인력도 상대적으로 근로 조건이 나은 제조업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시설재배 농가는 작물의 생육 일정에 맞춰 수확과 관리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만큼 필요한 시기에 노동력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며, 일손이 부족하더라도 작업을 무작정 미루기 어렵다.
현장의 목소리는 더 직접적이었다.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농장주들을 만날 때마다 돌아온 반응은 한결같이 “로봇을 빨리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고, 이 대표는 이를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농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받아들였다. 노동력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필요한 작업을 제때 수행하기 어려워지고, 로봇 도입을 절실하게 요구하는 농가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농업 현장에서 로봇이 ‘있으면 좋은’ 기술에서 ‘반드시 필요한’ 노동력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농가가 자동화 기술에 기대하는 역할도 단순히 작업 속도를 높이는 데 있지 않다. 부족한 일손을 보완하고 수확과 관리 작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어야 농가의 생산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로봇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만능 농부 기술’로 농작업 전 공정 자동화에 도전
메타파머스가 개발 중인 다목적 농작업 로봇 ‘옴니파머(Omni Farmer)’는 하나의 로봇으로 사람이 수행하는 다양한 농작업을 대체하는 것을 지향하며, 이름 그대로 여러 일을 두루 해내는 ‘만능 농부’를 목표로 삼았다.
“옴니파머라는 이름 자체가 여러 가지 일을 한다는 뜻이에요. 로봇이 단순히 한 가지 작업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처럼 여러 작업을 해내도록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농작업은 생각보다 다채롭다. 이 대표에 따르면 전체 작업에서 수확이 약 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예찰과 유인 작업이 각각 30%가량을 차지하며 선별과 이동 등도 농업 현장에서 수행해야 할 작업에 포함된다. 옴니파머는 이처럼 다양한 농작업을 한 대로 수행하기 위해 용도에 따라 로봇의 ‘손’에 해당하는 그리퍼를 교체하는 방식을 채택했으며, 사람이 상황에 맞춰 도구를 바꿔 쥐듯 수확용·수분용 그리퍼를 갈아 끼워 작업을 전환한다. 이러한 동작은 모두 메타파머스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제어한다.
농업 현장에서는 작물의 종류와 생육 단계에 따라 필요한 작업이 달라질 뿐 아니라 같은 농장에서도 수확할 작물을 찾아내는 일과 작물을 손상 없이 다루는 일에 서로 다른 움직임이 요구된다. 옴니파머는 이러한 작업별 차이에 대응하기 위해 그리퍼 교체와 소프트웨어 제어를 결합했으며, 하나의 로봇을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가가 작업별로 별도의 장비를 운용해야 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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