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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5일 목요일 · 창업가를 위한 아침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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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노피 이인후 대표 “일한 돈을 왜 기다려야 할까”…‘급여일 없는 세상’을 향한 도전

이인후 대표는 KPMG US, PwC, 구글을 거쳐 핀테크 스타트업 ‘캐노피’를 창업했다. 캐노피는 이미 일한 노동의 가치를 급여일 이전에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도록 돕는 EWA(Earned Wage Access) 전문 기업으로, GPS 근태 검증 알고리즘과 자체 정산…

이초롱 스타트업 전문기자원문 보기 ↗
사진: 벤처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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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생과 인구 감소로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해외 인재의 국내 정착과 블루칼라 근로자의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근로자의 경제적 어려움이 모두 해결되지는 않는다. 매일 일을 하고 소득을 벌어들이더라도 실제 급여를 받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고, 그사이 생활비나 갑작스러운 지출이 발생하면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근로자의 소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어들이는 시점과 사용할 수 있는 시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문제다.

KPMG 미국, PwC 크로스보더 M&A, 구글을 거치며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을 경험한 이인후(Andrew Lee) 캐노피 대표는 이러한 문제의 해답을 ‘노동력의 금융화’에서 찾았다. 구글에서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인구절벽과 노동력 부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동남아시아 채용 시장을 살펴보던 중 블루칼라 노동자를 위한 채용 플랫폼의 공백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근로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그를 전혀 다른 사업으로 이끌었다.

이인후 캐노피 대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호텔 블루칼라 채용 플랫폼의 최소기능제품(MVP)을 개발한 이 대표는 유료화 단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한계에 부딪혔다. 호텔 서비스 직군 종사자들을 직접 인터뷰하면서 채용 자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급여 수준이 낮은 블루칼라 노동자뿐 아니라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화이트칼라 초년생, 교육비 등 목돈이 필요한 40~50대까지 서로 다른 이유로 현금 유동성에 제약을 받고 있었다.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어려움은 소득이 발생하는 시점과 실제 지출이 필요한 시점 사이의 간극이었다.

한 달을 성실히 일했음에도 급여일까지 필요한 돈을 마련하지 못해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는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이 대표는 채용 플랫폼의 사업 방향을 바꿔 2024년 4월 캐노피(Canopy, Inc.)를 설립했다.

“사명 캐노피는 숲의 가장 위층을 덮어 생태계를 보호하는 수관(Canopy)에서 유래했습니다. 신용점수나 배경이 아니라 실제 일한 시간과 소득 데이터를 기반으로 근로자가 자기 소득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도록 돕는 우산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창업 초기의 시행착오는 사업의 초점을 채용에서 유동성으로 옮기는 계기가 됐다. 이 대표가 내세우는 방향은 단순한 금융상품 제공이 아닌 ‘유동성 최적화’다. 이미 일해서 발생한 소득을 필요한 시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불필요한 차입 부담을 줄이고, 근로자가 자신의 현금 흐름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도록 돕겠다는 생각이다. 기존 금융이 개인의 신용점수나 자산을 중심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지를 판단했다면, 캐노피는 실제 노동을 통해 발생한 소득에 주목했다.

캐노피 서비스 데모 (자료 제공: 캐노피)

GPS 위치 검증과 특허 기술로 구현한 ‘대출 아닌 급여 선정산’

캐노피 서비스의 핵심은 근로자가 앱에 근무 기록을 남기면 실시간으로 적립 급여가 계산되고, 필요할 때 이자 부담 없이 인출할 수 있는 EWA(Earned Wage Access) 구조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기 급여일 이전에 이미 발생한 급여를 이용하도록 지원하는 서비스가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캐노피는 이러한 모델을 국내 고용 환경에 맞게 구현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태평양 시장까지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급여 인프라를 개발 중이다.

회사는 EWA가 일반적인 신용대출과 달리 이미 근로를 통해 발생한 급여채권을 앞당겨 활용하는 방식이므로 신용점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기업의 기존 ERP 시스템이나 급여 정산 구조를 변경하지 않고 서비스를 연동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정산 레이어를 구축한 것도 특징이다. GPS 기반 위치 데이터와 내부 감지 로직으로 비정상적인 근태 기록을 걸러내고, 가상계좌와 자동이체 인프라를 활용해 정산 과정의 보안과 데이터 신뢰성을 높였다. 관련 기술은 2026년 4월 특허 등록을 완료했으며,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로도 선정돼 AI 언더라이팅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있다.

캐노피가 차별화하는 지점은 금융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기존 핀테크가 결제와 소비 이력 등 지출 측면의 데이터를 주로 활용한다면, 캐노피는 실제 근무 기록과 소득, 급여일에 입금되는 금액 등 수입 측면의 데이터를 축적한다. 근로자가 언제, 얼마나 벌고 실제로 얼마를 받는지 파악하면 소비 기록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현금 흐름을 분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사는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이용자의 금융 수요를 예측하고 개인별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안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기업이 임직원 복지 차원에서 도입하는 B2B2C 모델을 중심으로 고객사를 확보했다. 한솔그룹, 대교그룹, 삼천리(SL&C), 파이브가이즈, 제냐 등 주요 대기업과 글로벌 브랜드가 캐노피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최근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대형 프랜차이즈와 호텔 사업장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대교와 한솔 등 기존 대기업 고객사를 중심으로 기업용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기업이 서비스를 도입할 때 중요한 것은 기존 급여 시스템과의 연동 부담이다. 캐노피는 별도의 정산 체계를 활용해 기업의 ERP나 급여 지급 구조를 대폭 변경하지 않고도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설계했다. 근로자에게는 필요한 시점에 급여 일부를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고, 기업에는 추가적인 시스템 구축 부담을 줄이면서 임직원 복지와 유동성 관리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2026년 3월에는 기업의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자 개인이 직접 이용할 수 있는 B2C EWA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회사에 따르면 B2C 구독 전환율은 50%를 웃돌았으며, 캐노피는 이를 근로자들의 자발적 지불 의사(Willingness to Pay)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한다.

B2B와 B2C를 병행하는 이유는 고객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B2B는 기업의 기존 급여 체계에 서비스를 연동해 임직원의 복지와 유동성 관리를 지원하는 모델인 반면, B2C는 특정 기업이나 직군에 한정하지 않고 개인이 직접 서비스를 선택한다. 기업의 복지제도에 포함된 근로자뿐 아니라 급여 선정산이 필요한 개인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 기반을 넓히려는 시도다.

캐노피는 2025 서울 핀테크 위크의 제2서울핀테크랩 데모데이 with 네이버클라우드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사진 제공: 캐노피)

일본 시부야에서 시작하는 해외 진출, 다음 과제는 수익성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동안 외부 기관의 기술 및 사업성 평가도 이어졌다. 캐노피는 금융위원회 ‘핀테크 연결의 장’ 성공 사례 선정, 2025 서울 핀테크 위크 데모데이 수상, 기보벤처캠프 대상·최우수상 수상과 팁스(TIPS) 선정을 거쳤다. 2026년 5월에는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세 번째로 일본 시부야 스타트업 서포트 UP 프로그램에 선발됐으며,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의 공식 지원 파트너사로도 확정됐다. 이를 통해 현지 법인 설립과 비자, 사업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지원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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