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로 고생하던 창업자가 100억 브랜드를 만들기까지…리필드 정근식 대표
20대부터 탈모로 고민했던 정근식 콘스탄트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사업으로 발전시켜 두피 관리 브랜드 리필드를 창업했다. 의료진과 공동으로 특허 성분 cADPR을 연구하고 AI 두피 스캐너를 개발했으며, 700만 건 이상의 두피 데이터를 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리필…

20대부터 탈모로 고민하던 청년이 자신의 문제를 사업으로 발전시켜 연 매출 100억원 규모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두피 관리 브랜드 ‘리필드(Refilled)’를 운영하는 콘스탄트 정근식 대표의 이야기다.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을 공동 창업했던 그는 두 번째 사업의 출발점으로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 온 탈모를 선택했다. 의료진과 함께 독자 성분을 연구하고 AI 두피 스캐너를 개발한 것도 기존 탈모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소비자가 자신의 두피 상태를 이해하고 꾸준히 관리하도록 돕는 데 집중한 결과, 2025년 매출 1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미국 대형 뷰티 유통업체 얼타뷰티의 600개 매장에 진출하며 해외 시장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리필드가 주목하는 것은 탈모 샴푸 한 제품의 효능보다 두피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올해 기존 탈모 샴푸의 생산을 중단하고 세정 기능에 집중한 클렌저와 두피에 남겨 사용하는 토닉을 중심으로 제품군을 재편했다. 샴푸의 역할을 부정해서가 아니다. 씻어내는 것만으로 탈모 관리가 끝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탈모 샴푸만 쓰면 치료가 된다는 프레임 자체는 우리가 따라가지 않겠다는 거였어요. 씻어내는 행위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그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바른생각’ 창업자의 새로운 도전, 자신의 탈모 경험에서 시작됐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대표는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팀에서 근무하며 창업 생태계를 경험했다. 대학 시절에는 연세대와 고려대 학생들이 함께하는 창업 동아리 ‘인사이더스’를 만들었고, 이곳에서 만난 동료와 컨비니언스를 공동 창업해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의 사업을 총괄했다.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첫 사업은 소비재 브랜드를 직접 기획하고 시장에 안착시키는 경험이 됐다.
2020년까지 바른생각 사업을 이끈 그는 두 번째 창업의 소재를 자신의 오랜 고민에서 찾았다. 20대 초반부터 스트레스와 유전적 요인이 겹쳐 탈모를 겪었고, 한방과 양방 치료부터 각종 탈모 샴푸까지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지만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무엇보다 제품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만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 답답했다.
“20대 때 안 써본 게 없었어요. 여러 방법을 다 시도했는데 결국 남은 건 불신과 포기였거든요. 돈을 쓰면 되돌아올 거라는 기대를 갖게 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탈모 치료 과정에서 만난 양미경 박사와의 인연은 두 번째 창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오랫동안 탈모 전문 병원을 운영하며 관련 연구를 해온 양 박사는 정 대표가 환자로서 치료를 받으며 알게 된 의사였다. 두 사람은 치료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두피 관리와 기존 탈모 제품의 한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정 대표는 탈모를 단기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바라보기보다 자신의 두피 상태를 이해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얼굴 피부에는 세정과 보습, 기능성 화장품을 단계별로 사용하면서 정작 두피 관리는 샴푸 하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 대표는 이러한 차이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양 박사가 축적해 온 연구 성과를 소비자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발전시키고 싶었지만, 이미 병원과 연구 기반을 갖춘 의료인을 창업에 끌어들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는 약 1년 동안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가 직접 준비한 발표 자료를 보여주고, 관련 논문을 공부하며 공동 창업을 설득했다. 환자였던 정 대표가 자신의 의사에게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진 셈이다.
“거의 한 달이나 한 분기에 한 번씩 병원에 찾아가서 박사님 앞에서 발표를 했어요. 제가 여기까지 공부해 왔는데 이게 이렇게 되는 게 맞느냐고 질문도 하고, 직접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안도 드렸죠. 저희 비전에 대해서 계속 IR을 한 거예요.”
정 대표의 끈질긴 설득 끝에 양 박사는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연구책임자(CRO)로 합류했다. 환자와 의사로 시작된 관계가 두피 관리라는 공통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사업 파트너십으로 발전한 것이다. 정 대표는 2020년 6월 콘스탄트를 설립했고, 이듬해 8월 두피 관리 브랜드 리필드를 선보였다. 개인적인 탈모 고민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에 양미경 박사가 지난 27년간 현장에서 쌓아온 임상 데이터와 노하우를 더했다. 의료진의 연구 경험과 소비재 브랜드를 만들어본 창업자의 사업 역량이 만난 순간이다.
두 사람이 제품 개발 과정에서 주목한 성분은 cADPR(cyclic ADP-ribose)이다. 세포 내 칼슘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물질로, 연구에 사용되는 원료를 일반 소비자용 화장품에 적용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았다. 공급처가 제한적인 데다 가격도 높아 안정적인 원료 수급과 생산 비용을 동시에 고려해야 했다. 정 대표는 여러 국가의 제조업체를 비교하고 공급 조건을 검토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따졌고, 그 과정을 거쳐 화장품 생산에 적용할 수 있는 원료 공급 체계를 마련했다. 연구 성과를 제품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기술적 검토뿐 아니라 원가와 공급망까지 직접 풀어야 했던 셈이다.

샴푸보다 먼저 만든 AI 두피 스캐너…700만 건 데이터로 제품 개발
리필드가 처음 개발한 제품은 화장품이 아닌 AI 두피 스캐너였다. 소비자가 자신의 두피 상태를 확인한 뒤 필요한 관리를 이어가도록 돕는 장치로, 촬영한 이미지를 분석해 모발 상태를 기록하고 연령과 성별 등을 참고한 관리 정보를 제공한다. 정 대표는 탈모 제품을 구매하기에 앞서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저희는 뷰티 회사나 화장품 회사로 저희를 정의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탈모라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게 도와줄지를 고민하는 회사였고, 첫 번째는 현황을 알려주고 거기에 맞춰 제안을 드려보자는 거였죠.”
초기에는 스캐너를 무료로 제공하고 관리 제품을 구독 형태로 판매하는 모델도 운영했으며, 정 대표에 따르면 서비스 이용 고객의 재구매율은 50~60% 수준을 기록했다. 현재 확보한 두피 이미지와 관련 데이터는 700만 건 이상으로, 연령별 두피 고민과 모발 상태 등을 분석해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팁스(TIPS) 연구개발 과제를 통해 모발의 개수와 굵기를 보다 정확하게 추적하는 기술도 연구했다.
독자 특허 성분에 관한 연구도 이어졌다. 2026년 9월 호주 퍼스에서 열린 세계화장품학회(IFSCC 2026)에서는 cADPR 퓨전 엑소좀의 모낭 도달과 세포 신호 조절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3D 재구성 피부모델과 인체 모유두세포를 활용한 시험에서 성분의 전달 양상과 모발 성장에 관련된 일부 유전자 발현 변화를 관찰한 내용이다.
제품 전략에서도 관리 단계별 역할을 구분했다. 올해 8월 기존 탈모 샴푸를 대신해 출시한 ‘사이토카인 cADPR 스칼프 리셋 클렌저’는 두피 세정에 집중하도록 설계했으며, 주력 제품인 ‘사이토카인 cADPR 스칼프 부스터 토닉’은 세정 이후 두피에 남겨 사용하는 방식이다. 토닉에는 원터치 펌핑 방식과 실리콘 괄사 어플리케이터 등을 적용해 사용 편의성을 높였고, 끈적임이나 모발이 뭉치는 느낌을 줄이는 데도 신경을 썼다.

“내가 곧 고객이라는 착각”…주력 소비자는 20~30대 여성
리필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 대표가 가장 크게 수정한 판단은 고객에 대한 이해였다. 자신의 탈모 고민에서 출발한 사업이었기에 비슷한 연령대의 남성들이 주요 소비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구매 데이터에서는 여성 고객이 더 많았고 특히 20~30대 여성의 비중이 높았다. 50~60대 여성도 주요 고객층으로 확인되면서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다시 검토하게 됐다.
이 글은 벤처스퀘어에 게재된 기사의 앞부분입니다. 저작권은 벤처스퀘어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