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리더의 대화법] AI로 12쪽의 성과 근거를 가져온 팀원…팀장은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
AI를 활용해 자신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팀원이 늘면서 기억에 의존하던 팀장 중심의 성과평가 방식이 도전을 받고 있다. 리버스마운틴 김경민 대표는 AI로 작성한 평가서의 완성도보다 평가 근거를 확인하고 해석을 조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사실과 해석을 …


“팀원은 성과평가에 대한 자료를 AI로 정리해 들고 옵니다. 그런데 팀장님들은 팀원이 한 일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팀원이 평가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난감해합니다.”
최근 평가 시즌에 HR 담당자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다. 예전에는 팀원도 팀장도 기억에 근거해 성과를 평가했고, 그럴 경우 대개 팀장의 판단이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AI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팀원은 메신저와 이메일, 업무 문서를 AI로 정리해 자신의 성과 목록을 만들고, 이 작업에는 몇 분이면 충분하다.
실제로 한 팀원은 이렇게 만든 12쪽짜리 자료를 성과평가의 근거로 첨부했다. 결과 면담에서 해당 팀원은 자신의 평가에 이의를 제기했고, 담당 팀장은 그 팀원이 일정을 두 번 지키지 못했던 일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언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HR 담당자는 12쪽이 넘는 팀원의 성과 자료와 팀장의 불분명한 기억 사이에서 무엇을 판단 근거로 삼아야 할지 난감해했다.
AI 시대의 성과평가에서 팀장과 팀원이 부딪히는 지점은 결국 근거다. 팀원은 AI로 정리한 자료를 제시하지만 팀장은 기억에 의존한다. 물론 평가 근거의 차이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팀원과 팀장 모두 기억에 기대어 자신의 판단을 설명했기 때문에 그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제 AI를 활용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근거 격차가 훨씬 뚜렷해졌다.
팀원에게 성과 목록은 자신이 한 일의 기록이다. 자기 일이니 메신저와 문서 등에 흔적이 남아 있고 그 양도 많다. 반면 팀장에게 팀원의 성과는 다른 사람이 한 일이다. 팀원 여덟 명의 1년을 모두 기억하거나 기록해 두기는 어렵다.
목록에 담기는 내용도 다르다. 누구든 자기 일을 정리하면 잘한 일이 먼저 떠오르고, AI에 성과를 정리해 달라고 요청해도 입력한 자료를 바탕으로 성과에 해당하는 내용을 찾아낸다. 이 과정에서 일정을 지키지 못했거나 다른 팀의 도움을 받았던 일은 목록에서 빠질 수 있다. 팀원의 자료에는 빠져 있지만 팀장의 기억에는 남아 있는 일들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평가 근거를 놓고 논의하면 팀장이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다. 팀장은 기억에 의존하는 반면 팀원은 일정과 수치를 근거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팀장도 AI로 평가서를 작성하면 해결될까. 실제로 팀장들 역시 성과평가에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메일 검증 기업 제로바운스(ZeroBounce)가 2025년 미국 직장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관리자의 41%가 AI로 성과평가서를 작성하거나 수정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직원의 26%는 자신이 받은 평가서가 AI로 작성됐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팀장이 AI로 작성한 평가서에도 한계가 있다. 문장은 매끄러워질 수 있지만, 애초에 기록해 둔 내용이 적다면 평가를 뒷받침할 근거까지 충분해지는 것은 아니다. AI는 없는 기록을 대신 만들어 줄 수 없으며, 그렇다고 팀장이 1년 내내 모든 팀원의 업무를 빠짐없이 기록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팀장과 팀원이 모두 AI를 사용한다고 해서 성과평가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AI 시대의 성과평가, 근거를 확인하고 해석을 조율하라
팀원이 가져온 성과 목록을 평가에 활용하려면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근거가 명확한지, 그리고 그 근거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인지다. 필자는 여러 기업의 성과평가 고민을 들으며, 평가 면담에서 근거를 확인하고 해석을 맞추는 방법을 세 단계로 제시해 왔다.
첫째, 근거를 사실과 해석으로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6월에 반품 절차 개선안을 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선을 주도해 반품 처리 시간을 줄였다’는 것은 성과에 대한 해석이다. 사실은 자료가 남아 있거나 협업한 팀이 확인해 줄 수 있는 일이고, 해석은 해당 업무를 누가 주도했으며 실제 성과로 이어졌는지에 관한 판단이다.
팀장은 팀원이 제출한 성과 목록뿐 아니라 자신이 기억하는 일도 같은 방식으로 구분해야 한다. 이렇게 사실과 해석을 나누면 팀원이 자신의 업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고, 팀장 역시 자신의 평가 근거에 상당한 해석이 개입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둘째, 서로 다른 해석을 조율해야 한다. 평가 면담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을 다시 논쟁할 필요는 없다. 서로 다르게 해석한 부분을 중심으로 대화하면 된다. 해석이 갈리는 이유는 대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사실을 보고 있거나, 같은 사실을 서로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먼저 각자의 해석이 어떤 사실에서 나왔는지 확인한다. 팀장이 “주도했다고 본 근거가 어떤 것인가요?”라고 묻고, 자신의 판단에 대해서도 “저는 개선안이 나온 뒤 실제 적용이 두 달 늦어진 점을 고려했습니다”라고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 대화를 통해 팀원은 개선안을 제출한 사실에, 팀장은 실제 적용이 늦어진 사실에 주목하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다. 서로 보지 못했던 사실을 확인하면 해석의 차이도 상당 부분 좁혀진다.
이 글은 벤처스퀘어에 게재된 기사의 앞부분입니다. 저작권은 벤처스퀘어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