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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5일 목요일 · 창업가를 위한 아침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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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플랜트 김철범 대표, 50세에 시작한 12번째 창업…AI로 고기의 품질을 바꾸다

50세에 시작한 12번째 창업. 김철범 딥플랜트 대표가 이번에 선택한 것은 고기다. 같은 부위라도 제각각인 식감과 품질,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육류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전기장과 초음파로 고기의 물성을 바꾸고 AI로 품질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한…

문지형 스타트업 전문기자원문 보기 ↗
사진: 벤처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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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부위의 고기라도 어떤 것은 부드럽고 맛있지만 어떤 것은 질기고 식감이 떨어진다. 육류의 품질은 품종과 부위, 지방 함량뿐 아니라 보관 상태와 가공 방식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소비자는 등급과 가격을 기준으로 고기를 선택하지만, 높은 등급이 언제나 원하는 식감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육가공 업계에서도 상대적으로 질긴 부위의 활용도를 높이고, 원육의 품질 편차를 줄이는 일은 오랫동안 풀어야 할 과제였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딥플랜트는 이 문제를 인공지능(AI)과 물리적 가공 기술로 해결하려는 기업이다. 전기장과 초음파 등을 활용해 육류의 식감을 개선하는 ‘딥에이징(Deep Aging)’ 기술을 개발하고, AI로 원육의 품질을 분석해 가공 조건을 최적화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고기의 품질을 등급이나 부위에만 맡기지 않고, 기술을 통해 일정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가 사업의 출발점이다.

김철범 딥플랜트 대표(57)에게 이 회사는 12번째 창업이다. 20대부터 수중 특수장비와 디지털카메라 방수 케이스, 미국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전자책 콘텐츠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사업을 벌였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깨달은 것은 기술의 가능성과 사업의 성공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새로운 기술이라도 고객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경험이 쌓였다.

2019년 만 50세에 다시 창업을 준비하면서는 이전과 다른 방법을 택했다. 먼저 육류 산업 관계자 200여 명을 만나 현장의 문제를 듣고, 관련 연구논문 100여 편을 검토했다. 자본과 연구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제주도에 있는 지인의 사무실을 사업자 주소로 등록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중장년 예비창업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첫 실험 장비를 제작할 수 있었다.

김철범 딥플랜트 대표가 창업 과정과 기술 개발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딥플랜트가 주목한 것은 같은 육류라도 부위와 품질에 따라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등심과 안심처럼 선호도가 높은 부위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지만, 지방이 적거나 질긴 부위는 영양학적 가치와 별개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된다. 자연 숙성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양념이나 분쇄 가공만으로는 원육 자체의 식감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 딥에이징이다. 전기장과 초음파, 수압, 수온 등을 조합해 육류의 단백질 구조와 물리적 특성에 영향을 주는 가공 방식이다. 원육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처리 조건을 달리해 원하는 식감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며, 관련 등록특허도 확보했다. 단순히 숙성 시간을 늘리는 대신 가공 조건을 제어해 육류의 품질을 개선하려는 접근이다.

여기에 AI를 결합한 이유는 원육마다 다른 상태를 분석하고 적절한 처리 조건을 찾기 위해서다. 딥플랜트는 기존 팁스(TIPS) 연구개발을 통해 약 1만 건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미지 기반 AI 모델의 마블링 판정 성능은 약 91%, 신선도 판정 성능은 약 94%를 기록했다. 다만 두 수치는 연구 검증 조건에서 얻은 결과로, 다양한 육류와 생산 환경에서도 같은 수준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딥플랜트는 올해 딥테크 팁스에 선정됐다. 

고기의 식감에서 데이터 사업까지…딥에이징의 다음 과제

딥플랜트가 궁극적으로 연결하려는 것은 육류의 품질 분석과 실제 가공 공정이다. 올해 선정된 딥테크 팁스에서는 3년간 총 15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 지원을 바탕으로 초분광 영상 기반 육류 품질 예측 기술과 단백질 구조 제어 공정을 결합한 AI 시스템을 개발한다. 일반 이미지보다 다양한 파장 정보를 활용하는 초분광 영상으로 원육의 상태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가공 조건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현재 기술 개발은 품질 분석과 예측에 무게가 실려 있다. AI가 원육의 상태를 판단하고 숙성 공정까지 자율적으로 제어하는 통합 시스템은 아직 상용화 이전 단계다. 연구실에서 확인한 분석 성능을 실제 육가공 공장에서도 재현하고, 원육의 종류와 처리량이 달라져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일이 남아 있다.

기술 개발과 별개로 제조사업은 이미 운영 중이다. 딥플랜트는 육가공 기업을 대상으로 제품 제조·납품과 주문자개발생산(ODM)을 진행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딥플레이트(Deeplate)’를 통해 한우·한돈 불고기와 소보로 등 가정간편식도 개발했다. 농협식품R&D연구소와 협력해 한우 불고기와 한돈 제육 제품을 선보였으며, 와디즈 펀딩에서는 약 1,188만 원의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2024년 약 19억 원에서 2025년 약 12억 원으로 감소했다. 김 대표는 원육 유통 중심의 사업구조를 기술 기반 제조·ODM으로 전환하고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라고 설명했다. 현재 임직원은 12명이며 하루 약 2,000개의 가정간편식을 생산하고 있다. 매출 규모를 다시 키우는 것뿐 아니라 자체 기술을 활용한 제조사업에서 얼마나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김철범 대표가 딥플랜트 로고 앞에서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김 대표가 장기적으로 주목하는 시장은 완제품 판매보다 육가공 기업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장비와 데이터 서비스다. 딥에이징 장비를 공급하고, 원육의 품질 분석과 가공 조건 최적화 기능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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