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과일가게 허예선 대표 “무인 매장이어도 장사는 사람이 합니다”
이름없는 과일가게는 간판 없는 노점에서 시작해 전국 17개 매장으로 확장한 신선식품 무인 판매 브랜드다. 허예선 대표는 소포장 판매와 상권별 상품 운영을 통해 무인 매장의 편의성과 신선식품 관리의 특성을 결합하고 있다. 자체 주문·픽업 시스템 ‘오더챗’을 기반으로 발주…

무인 매장이 일상적인 소비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무인 점포는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아이스크림이나 과자처럼 규격화된 상품과 달리 과일과 채소는 산지와 계절, 날씨에 따라 매입 가격이 달라지고 같은 품목이라도 크기와 숙도에 따라 판매 가능한 기간이 다르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만으로는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하기 어렵다. 매장을 지키는 인력을 줄이더라도 상품을 고르고 가격을 정하며 재고와 폐기를 관리하는 일은 그대로 남는다.

처음부터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나이가 있는 부모님이 비교적 부담 없이 운영할 수 있는 가게를 마련하고 싶었던 개인적인 고민이 출발점이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던 시기, 무인 과일 매장은 고객과 점주 모두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운영하다 보니 고객에게도 필요한 매장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늦은 시간에도 과일을 구할 수 있고,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으니까요. 고객이 편리하면서, 점주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죠.”
허 대표가 처음 과일을 판매한 곳은 간판조차 없는 작은 노점이었다. 단골이 생기고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가게를 소개하기 시작했지만 마땅한 상호가 없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불리기 시작한 이름이 ‘이름없는 과일가게’다. 고객이 붙여준 이름은 도매시장에서도 통했고, 별도의 브랜드 기획 없이 사업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라는 게 꼭 멋진 간판이나 거창한 기획에서 시작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손님들이 기억해 주고, 다시 찾아오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면서 이름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의 평균 면적은 8~14평이며 하루 판매 건수는 점포에 따라 70~300건 수준이다. 매출 비중은 과일 50%, 채소 35%, 간편식 10%, 음료 3%, 기타 상품 2%로 구성된다. 과일 전문점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채소와 간편식을 함께 취급하는 동네 신선식품 매장에 가까워졌고, 최근에는 밀키트와 과일 도시락, 컵과일 등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도 점차 늘리고 있다.
허 대표가 무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사람이 없어도 저절로 돌아가는 가게’라는 인식이다. 신선식품은 무엇을 얼마나 매입하고, 어떤 단위로 포장해 얼마에 판매할 것인지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진다. 판단이 어긋나면 판매되지 않은 재고가 쌓이고, 이는 곧 폐기 비용으로 이어진다. 무인 결제 시스템을 갖췄다고 해서 장사의 핵심적인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인 매장이라고 장사까지 무인이 되는 건 아니다. 결제는 기계가 대신하지만 좋은 과일을 고르고, 적절한 가격을 정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중요한 건 사람을 없애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죠.”
이름없는 과일가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포장과 가격 구성에 공을 들인다. 과일과 채소를 크기와 품질, 포장 단위에 따라 나누고 1,000원, 1,900원, 2,500원, 2,900원, 3,900원, 5,900원 등 다양한 가격대를 적용한다. 고객은 한 상자를 구매할 필요 없이 먹을 만큼만 살 수 있고, 점주는 상품 상태와 수요에 맞춰 포장 단위와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소포장이 단순한 구매 편의를 넘어 판매율과 재고 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상권별로 상품 구성도 달라진다. 같은 과일이라도 지역의 고객층과 소비 습관에 따라 선호 품목과 구매량이 다르기 때문에 본사가 모든 매장에 동일한 상품을 공급하는 방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가맹점에는 상권 분석과 창업 컨설팅, 상품 구성, 무인·반무인 운영 교육을 제공하며 계절별로 달라지는 과일과 채소의 특성을 반영한 사계절 교육도 진행한다.
회사가 제시한 창업 비용은 가맹비 500만원, 교육비 500만원, 인테리어 약 3,500만원, 집기류 약 1,500만원 등 총 6,000만원 수준이다. 실제 투자비는 점포 면적과 입지, 시설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허 대표는 무인이라는 단어만 보고 창업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상주 직원이 없더라도 발주와 진열, 청결 관리, 고객 응대 등 점주가 책임져야 할 업무는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무인이라고 관리가 필요 없는 건 아니죠. 매장을 열기 전에는 상권을 살펴야 하고, 운영하면서는 상품과 재고를 계속 확인해야 해요. 결국 장사를 얼마나 이해하고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매장 운영의 경험을 데이터로…‘오더챗’에서 찾는 다음 성장동력
매장 수가 늘어나면서 허 대표의 고민도 달라졌다. 각 점포에서 판매되는 품목과 수량이 다른데 발주와 재고 관리가 점주의 경험에만 의존한다면 운영 규모가 커질수록 매장 간 편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과일을 판매하며 쌓은 경험을 다른 점주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려면 개인의 감각에 맡겨진 판단을 데이터와 시스템으로 옮기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름없는 과일가게는 현재 키오스크를 활용한 무인 결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출과 재고 정보도 일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상품 발주부터 판매, 재고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로 연결하는 체계는 아직 고도화가 필요한 단계다. 회사는 매장 운영과 관련한 특허 2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AI를 접목한 관리 시스템도 연구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오더챗’은 이러한 구상의 출발점이다. 고객이 집에서 상품을 주문한 뒤 가까운 매장에서 원하는 시간에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든 주문·픽업 시스템이다. 기존 무인 매장이 매장을 방문한 고객의 구매에 의존했다면 오더챗은 방문 전에 상품을 선택하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도록 판매 과정을 확장한다. 점주 역시 사전에 들어온 주문을 통해 고객 수요를 파악할 수 있다.
허 대표는 오더챗을 발주와 가격 책정, 재고 관리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려 한다. 과일과 채소는 매입 가격뿐 아니라 크기와 품질, 중량과 포장 단위에 따라 판매가격이 달라진다. 소포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적정 판매가와 수익률을 계산하는 일도 단순하지 않다.
“과일은 같은 품목이라고 해도 크기나 품질, 매입 가격이 다 달라요. 소포장하면 중량과 원가를 다시 계산해야 하고요. 이런 걸 점주님이 매번 감으로 판단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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