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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5일 목요일 · 창업가를 위한 아침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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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레이저, 반도체 접합에서 유리기판·수소연료전지까지

반도체 칩을 기판에 붙이는 과정에서는 가열하는 온도뿐 아니라 열이 전달되는 위치와 범위도 중요하다. 같은 기판에 동일한 에너지를 가하더라도 중앙부와 가장자리의 온도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작은 온도 차이로 발생한 변형이 접합 불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반도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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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벤처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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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레이저 최지훈 대표>

반도체 칩을 기판에 붙이는 과정에서는 가열하는 온도뿐 아니라 열이 전달되는 위치와 범위도 중요하다. 같은 기판에 동일한 에너지를 가하더라도 중앙부와 가장자리의 온도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작은 온도 차이로 발생한 변형이 접합 불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반도체 칩과 기판이 얇아지고 여러 소재를 결합하는 패키징 기술이 발전하면서 필요한 부분에만 열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공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지훈 아큐레이저 대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이러한 문제를 오랫동안 경험했다. 장비의 성능을 높이더라도 가공 위치와 소재에 따라 달라지는 열 변형을 제어하지 못하면 원하는 품질을 얻기 어려웠다. 여기에 정밀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과 폐기물의 부담도 줄여야 할 과제로 남아 있었다. 그는 생산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레이저의 에너지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에서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2016년 설립된 아큐레이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사용하는 초정밀 레이저 장비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고객이 가공하려는 소재와 생산 조건에 맞춰 광학 엔진을 직접 설계하고, 레이저로 접합·절단·드릴링 등의 공정을 수행하는 장비를 만든다. 특정 부위에 레이저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기술로 열 변형을 줄이고 공정의 정밀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 기술은 반도체 패키징에서 차세대 유리기판과 수소연료전지 분야로 이어지고 있다. 아큐레이저는 최근 중국 유리기판 제조사와 레이저 가공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도 사업화 성과를 확보하고 있다. 최 대표가 생산 현장에서 마주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기술 개발이 새로운 산업의 제조공정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이다.

양산 현장의 열 변형 문제에서 시작된 창업

최 대표는 창업 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레이저 장비를 개발하고 양산 라인을 구축해 왔다. 생산 현장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개별 장비의 성능만이 아니었다. 같은 공정을 반복하더라도 제품의 위치와 소재 특성에 따라 품질 편차가 발생할 수 있었고, 이를 안정적으로 제어해야 실제 양산에 장비를 적용할 수 있었다.

레이저는 필요한 영역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밀한 제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이 오히려 제품의 변형을 유발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학 설계와 장비의 기구 구조, 공정 제어 기술을 함께 다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가 아큐레이저를 설립한 배경에도 이러한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기존 제조공정의 품질 문제를 개선하는 동시에 화학물질 사용과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레이저 가공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수많은 양산 라인을 만들면서 절감한 게 두 가지였습니다. 레이저로 가공할 때 생기는 아주 작은 열 변형과 온도 차이가 기판 전체의 치명적인 불량으로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유해 화학물질과 폐기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었죠.”

창업 이후에는 레이저 장비 개발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기술 조직을 꾸렸다. 광학과 기구 설계, 제어, 소프트웨어, 공정 분야의 전문인력이 함께 고객사의 생산 조건을 분석하고 장비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평택 클린룸 연구시설과 오산 연구소를 중심으로 공정 시험과 장비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 대표 역시 경영뿐 아니라 광학 엔진의 주요 설계와 사업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현장에서 쌓은 광학, 기구, 공정 제어 노하우가 저희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사양을 짧은 기간 안에 맞출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고요.”

아큐레이저가 선택한 사업 방식도 이런 인적·기술적 경험과 맞닿아 있다. 이미 개발한 장비를 고객에게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생산하려는 제품과 공정 조건을 분석한 뒤 필요한 광학 장치와 가공 방식을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 실제 생산 현장에 장비를 적용하려면 가공 정밀도뿐 아니라 반복 생산 과정에서 동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 공정에 맞춰 설계한 광학 엔진, 유리기판 장비로 이어진 기술력

아큐레이저의 핵심 기술은 레이저 빔의 형상과 에너지 분포를 제어하는 광학 엔진 설계에 있다. 광학 엔진은 레이저가 어느 범위에, 어떤 형태로 에너지를 전달할지 결정하는 장치다. 같은 레이저를 사용하더라도 이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가공할 수 있는 소재와 품질이 달라진다.

반도체 칩을 접합하는 공정에서는 필요한 위치에 열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유리기판에 미세한 구멍을 뚫는 공정에서는 가공 과정에서 균열과 파손을 줄이면서 원하는 형태의 관통홀을 만들어야 한다. 아큐레이저는 서로 다른 공정에 동일한 방식의 장비를 적용하기보다 소재와 가공 목적에 맞춰 광학 엔진과 공정 조건을 설계한다.

“고객을 기계에 맞추지 않고, 고객의 공정에 맞춰 광학 엔진을 설계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개발 과정에서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한다. 장비의 성능을 실제로 검증하려면 고객이 생산에 사용하는 소재와 제품을 확보해야 하고, 시험 결과에 따라 광학 설계와 가공 조건을 반복해서 조정해야 한다. 일부 시험용 샘플은 가격이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여서 초기에는 개발에 필요한 소재를 확보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따랐다.

“처음에는 샘플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오랫동안 설득했고, 저희 기술과 빠른 대응을 믿어 준 고객들이 하나둘 흔쾌히 동참해 주셨어요.”

고객사와 시험 결과를 공유하고 공정 조건을 수정하는 과정은 실제 공급으로 이어졌다. 회사 측에 따르면 아큐레이저는 2017년 국내 기업에 AR·VR 기기용 레이저 열압착 본딩 장비를 공급했으며, 2018년부터 2019년까지 OLED 마스크 가공 장비와 D램 리웍 장비를 수주했다. 리웍은 접합된 부품을 분리하거나 교체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을 말한다.

이후 반도체 패키징의 제조 방식이 복잡해지고 유리기판이 차세대 소재로 부상하면서 레이저 가공 기술의 적용 범위도 넓어졌다. 유리기판에는 기판의 위아래로 전기 신호가 이동할 수 있도록 미세한 관통홀을 형성하는 TGV(Through Glass Via) 기술이 사용된다. 아큐레이저는 레이저로 유리에 정밀한 관통홀을 형성하면서 가공 중 발생하는 균열과 열 영향을 줄이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2023년부터 약 2년 동안 미국 대형 기업의 유리기판 가공 기술 평가에 참여해 자체 광학계와 실시간 열 제어 기술을 검증받았다. 이 과정에서 축적한 공정 개발 경험은 후속 기술 검증과 해외 고객사 협력의 토대가 됐다.

2024년에는 국내 기업과 HBM 칩렛 공정용 레이저 본딩 장비를 공동 개발하고, 해외 기업과 열압착 본딩(LTCB) 및 레이저 보조 본딩 장비(LAB) 개발도 진행했다. 유리기판 제조에 필요한 소재와 가공 공정에 관한 공동개발 역시 이어가고 있다. 아큐레이저는 같은 해 머니투데이가 주최한 ‘대한민국 리딩기업대상’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자 정밀 접합 장비 제조 부문 기술혁신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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